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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글쓰기

구직의 어려움

by Kyle Ausk 2024. 3. 10.

이력서를 넣기 시작한게 2월 17일이니, 3주째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류합격 메일을 단 한개도 받지 못했다. 대신 무수히 많은 불합격 메일을 내 메일함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처음 독일에 들어올 때는 외주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일자리를 잡으려는 의지가 별로 없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눈앞에 있는 2~3개월만 계획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구직 또한 독일에 있다보면 하게 될 수도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정도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지역에 무관하게 많은 곳에 지원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두개 정도 회사에게 오퍼를 받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닐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독일에 들어온지 3개월쯤 되었을 때, 구직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명확해졌다. 우선 외주를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수입원이 필요해졌다. 외주에 쏟는 시간들이 너무나 소모적이고 아깝게 느껴져서 이를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계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이유인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개발이 재밌고, 개발자로써 다시 성장하고 싶다는 니즈 또한  느끼고 있었기에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원래 계획은 3월 정도부터 구직을 시작하려 했었다. 현재 머물고 있는 쯔비쉔이 5월 31일까지 계약이기 때문에 3개월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2월 설 즈음 사촌형과 대화하다가 문득 이것이 전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든 일처리가 느린 독일 사람들인데, 내가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회사도 구하고 집도 구하는데 3개월이면 독일에서는 너무 촉박한 시간일지 모른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작성해서, 2월 17일부터 급하게 수십개의 회사에게 지원하면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되돌아보니 나는 이번으로 벌써 5번째 구직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 부트캠프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구직을 했었던 2020년 가을.

해외 장기 출타 계획이 생겨서 개발자를 하지 않으려다가, 다시 구직을 했었던 2021년 초 겨울.

첫 회사에 깊은 현타를 느껴 어느날 무작정 이력서를 넣어보던 2022년 초 겨울.

첫 회사를 나온 후 퇴직금으로 생활하며, 두번째 회사를 들어갈 수 있었던 2022년 봄.

그리고 독일에 무작정 와서 구직하고 있는 2024년 초 겨울 현재.

 

경력은 3년차가 되었고, 개발자로서의 가치도 가장 올라갔을 지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시장성이 없는 구직자가 되어버린 듯 하다. 이전에 이렇게 서류합격률이 낮았던 구직 시기는 없었다. 그래서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쉽사리 흘러가지 않을 모양이다. 독일에 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변수들은 있겠지만 그렇게 스스로 위안하더라도 기분이 딱히 좋아지진 않는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 예를 들면 영어로만 소통이 가능한 외노자 신분인 것과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지난 날의 경력들은 인정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부분들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1차로 서류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혹 나의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주위의 도움을 받아 다듬어가고 있다. 희망 연봉도 조금씩 낮춰서 기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가 장기화될 것을 고려하면서 직접적인 구직활동 이외에도 개발자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리트코드 문제풀이를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에는 개인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에 다음 한주간 서류합격 메일이 한 통이라도 오길 기대하면서 한주를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회사에서 "답이 늦어져서 미안해. 그래도 너가 우리 레이더 안에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줘"라는 답신을 받았는데, 다분히 자동발송 메일로 보였음에도 그 희망고문(?)에 고마운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허허.

다시, 또 다음 한 주간 서류합격메일이 한 통이라도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주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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