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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조금 관대해지기

by Kyle Ausk 2024. 4. 12.

오늘 아침부터 어딘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어제 사람들하고 나눈 대화에서 두어 사람들이 나에게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몇마디가 마음에 이내 걸렸던 것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아주 약간은 무례한 말일 수 있으나 그렇다고 지나치게 예의가 없다거나 못할 말들은 아니었다. 다른 주제에서 비슷한 수준(?)의 말을 들었다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하필이면 이 특정한 주제에서의 몇마디는 나에게는 "발작버튼"인 것들이었다.

딸깍

아침부터 그 몇 마디가 머릿속에 맴들았다. 아닌걸 알면서도 계속 곱씹다보니 조금씩 그 말들이 확대해석되기 시작하고, 이내 기분이 나빠지기까지했다. 그로부터 번진 갖가지 생각들과 감정들이, 오전에 미팅을 하고 학원을 다녀오는 등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나에게 은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학원까지 다녀와 오후가 되고 나니 어느새 마음이 지쳐있었다. 원래는 산책도 다녀오고 운동도 하는 등 계획이 있었는데, 그냥 모든게 하기 싫어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로 이것저것 보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기분이 완전히 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게으르게 몇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죄책감과 좌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감정들에 휩싸인채로 뒹굴거리는 동안 어느새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던 무기력한 감정까지 생겨나버려 더이상 남은 하루를 제대로 살아갈 힘이 없었다.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계속 미루는 바람에, 평소에 저녁먹는 시간보다 늦어지게 되어 기분도 좋지 않았다. 할 일도 하지 않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나 자신을 마음속으로 탓하고 자책하면서 식사준비를 했다.

 

그런데 준비를 마치고 혼자 조용한 방 안에서 노래를 들으며 식사를 하다보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마음이 그렇게 지쳐버렸을까?'

지난 십수년간 같은 말들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던 나 자신도 기억이 났다. 

 

어떤 문제들에 있어서는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일반적인 수준도 안되는 취약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싶어졌다.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때문에 마음이 무너져 하루를 망칠 수밖에 없는 나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생산적인 하루를 살라고, 부지런히 시간을 아끼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을 그만하고 싶어졌다. 약하면 약한대로, 무너지면 무너지는대로...

 

 

 

서른을 조금 넘겨서 그런가. 물론 아직도 작은 꿈과 야망이 마음 한켠에 있기는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적절히 포기하고 조금은 넉넉하고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의지력이 없다"는 말로 싸잡아 표현해버리기에는 사람이 조금 복잡한 존재라는 것도 알겠다. 

 

 

끝으로,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조금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