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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을 느끼는 기도

by Kyle Ausk 2024. 5. 28.

 

새벽부터 이른 아침까지 일을 하고 보통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는다. 11시 45분부터 어학원이 시작되니 이른 점심을 먹고 준비해야하는 시간인 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를 제외하고는 오전 중에 잠깐 비는 시간이 주어진다. 보통 이 시간에 성경을 읽거나 묵상을 한다. 요즘은 출석하는 교회에서 사용하는 묵상 교재인 생명의삶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묵상을 한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동일한 시간에 묵상을 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주 오래되고 개인적인 고통에 대해서 기도하고 싶었다. 제발 이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또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 할수록 조금씩 마음의 힘이 사그라드는게 느껴진다. 하나님을 붙들고 외치고 싶은 심정인데, 그 외침이 내 마음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이내 졸립기 시작하고 나는 잠시 눈을 붙였다.

 

아주 익숙한 느낌이다. 사실 이 '오래되고 개인적인 고통'에 대해 기도할 때마다 종종 맞닥뜨렸던 기분이다. 이 느낌은 나에게 무력감을 가져다준다. 나는 우울하거나 무력감을 느낄 때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한다. 그렇게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아니,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어떤 해소 방법으로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효율적인 사람은 못된다.) 그런 느낌에 휩싸일 때면 그저 잠을 자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기도를 하면서 이 무력감을 왜 느껴야할까? 

 

무력감을 느끼며 기도를 하다가 아직 잠을 청하기 전, 나는 이 무기력함이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좌절감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정말 간절히 필요로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느끼는 좌절. 하나님께 십수년을 구해보았지만 아직도 들어주시지 않는 그 기도. 이제는 너무나 만성적으로 되어서 사실 이에 대해 기도를 하면서도 하나님이 들어주시리라 기대하지 않는 그 기도.

내 인생의 문제를 들어주시지 않는 하나님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어째서 나의 인생에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심어두셔서 이것이 내 인생을 이토록 뒤흔들게 내버려두셨을까 하는 생각에 하나님을 원망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 전반을 뒤돌아보면 정말 억울하게도, 이 '오래되고 개인적인 고통'에 삶이 여러 갈래로 얽매어있다. 이 고통으로 인해 나의 시선은 오로지 나에게만 쏠린다. 나는 제한적인 생각만을 한다. 이 고통으로 인해 나는 나의 어려움을 넘어선 타인의 삶에까지 마음을 쓸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이 고통으로 인해 하나님과 나의 관계는 어딘가 벽에 부딪힌 것처럼 더 나아가지 못한다. 하나님께서는 아마 나에게 더 많은 좋은 것을 주고싶으실 것이다. 그것이 성경의 약속이니까. 그러나 나에게는 그저 이 고통을 해결하는 것만이 중요하고, 이것 이외에는 다른 '더 좋은 것'들에 관심조차 갖지 못한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것때문에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인생을 살게된 것만 같아서.

 

무슨 큰 죄를 지어서 하나님을 대면하기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하나님께 나아오지 못한다거나, 이성과 양심으로 도저히 하나님을 납득할 수 없어서 하나님을 인정하지 못한다거나,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해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래도 하나님을 받아들이지 못한 타당하고 나름 괜찮은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기꺼이 그를 위해 기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그 아주아주 사소하고, 어쩌면 그저 게을러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작은 문제 때문에 하나님을 의심하고 신뢰하길 주저하는 나를 보면 참 초라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진다. 잘 믿지도, 안 믿지도 못하고 그저 우유부단하게 인생을 흘려보내는 존재라서 안타깝다. 누군가에게 나눌수도, 뭐라 정확히 정리할 수도 없는 방향없는 삶과 과거가 마냥 부끄러울 뿐이다.